가을에 떠나는 도보여행, 세상에 이만한 행복 없어라!
가을바람 소슬하게 불면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자. 저 멀리 펼쳐져 있는 자연의 도서관을 찾아 나서야 하니 말이다. 자연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 가는 길과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드라마 「다모」촬영 장소인 죽녹원은 홀로 혹은 연인과 아내와 남편과 걷기에 참 좋다.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아 가로수와 죽녹원
길은 도서관이다. 매번 길 위에 놓인 평범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길. 우리가 스쳐지나 가는 장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주는 동시에 표지판, 기념물 등이 간직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걷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 걷기의 즐거움을 조용히 응원해주는 특별한 길. 바로 전남 담양군의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이 있다. 이국적인 이름을 지닌 '메타세콰이아'란 나무, 깃털 같은 잎 두개가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것처럼 늘씬하게 위로 뻗어 있는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늘어선, 수령 30년이 넘은 아름드리나무 길이다.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이 빚어낸 길은 그야말로 절경 그 자체. 그 길이도 8.5km나 된다고 하니 걷는 즐거움을 맘껏 맛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가을이 곱게 입혀놓은 빛깔들에 흠뻑 취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걸어도 도무지 똑같은 빛깔은 없다. 나무 하나 하나마다 독특한 빛깔을 내뿜고 있으니 그 아름다움에 마음이 저릿해질 정도. 이 뭉클한 감정이 사그라질세라 담양의 명소로 꼽히는 또 다른 곳으로 가보자. 드라마 「다모」하면 떠오르는 그곳. 바로 대나무 위 칼싸움 장면을 연출했던 담양의 죽녹원과 대나무 숲길에 가자.

죽녹원엔 9개의 오솔길이 있다. 그 이름을 살펴보면 꼭 한번 걷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운수대통 길', '죽마고우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 특별한 이름을 가진 이 길들은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문의: ☎담양군청 061-380-3114)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가는 길
프랑스 철학가인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에 대해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도보 여행'이란 단순히 쉬엄쉬엄 걷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한곳에 집중하기 위한 과정, 즉 나에 대한 반성과 풀리지 않는 일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명약이 될 것이니, 걸을 때 온 몸의 감각을 바짝 세워보자. 이렇듯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길이 있다.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 가는 길.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용문행 버스를 타면 50분 정도 걸린다. 자,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자, 그리고 사뿐 깨금발을 하고 숨을 깊게 내쉬자.
한강과 북한강이 만난다하여 붙여진 양평 양수리의 두물머리. 물안개가 자욱하게 펼쳐지는 이곳은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호젓한 강가를 옆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기 좋은 길이 될 테다. 금실을 더욱 돈독하게 할 부부라면 두물머리 강가를 타박타박 걸어보며 담소를 나눠도 좋다. (문의: 양평군청 ☎031-770-2069)
  tip. 서울 도심 속 걷기 좋은 그 곳!

♣ 가을비 오는 날 삼청공원
가을비 내리는 날이면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버스를 타고 삼청공원으로 가자. 색색깔의 나무들과 호젓한 산책로 거기에 툭, 툭, 우산위로 떨어지는 낙엽소리와 빗소리는 가을의 소나티네를 방불케 한다. 이곳은 고려 충신 정몽주와 그 어머니의 시조비가 있으며, 곳곳에 숨겨진 계곡과 약수터, 농구장, 배구장, 배드민턴장, 지압로 등 산책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 인라인을 타면 더욱 아름다운 남산 산책로
먼저 남산 길에 오르기 전, 준비할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인라인스케이트.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장충동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 산책로를 오르다보면 숨이 차오른다. 이 때 걷는 즐거움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어보자. 낙엽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세상에 이만한 행복 없어라'가 될 게다. 이뿐 아니라 남산공원 한남지구의 야외식물원도 걷기에 좋은 곳. 온갖 식물들과 풀벌레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비밀의 화원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인적 드문 곳이다.

♣ 복잡한 마음 정리할 땐 창경궁 돌담길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 성균관대학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좌측으로 어린이국립과학관이 한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옆으로 곧게 펼쳐진 창경궁 돌담길. 그 길은 안국동과 인사동으로 이어진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머금고 있는 창경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멋들어진 시 구절이 툭 터질지도 모를 터. 곧게 뻗어 있는 이 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해보자. 9월 16일부터 9월 29일은 창경궁 야간 특별 관람이 가능하다.